지난 글에서 클린룸 공정 관리를 통해 오염을 철저히 차단한 공간을 마련했다면, 그 안에서 실제로 나노미터 단위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가 바로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입니다.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경쟁의 승패는 사실상 이 장비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토리소그래피와 EUV의 관계
앞서 반도체 8대 공정 글에서 다뤘듯, 포토리소그래피는 감광액을 바른 웨이퍼에 빛을 쏘아 회로 패턴을 전사하는 공정입니다. 회로 선폭이 좁아질수록 더 짧은 파장의 빛이 필요한데,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193나노미터 파장으로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EUV는 이보다 훨씬 짧은 13.5나노미터 파장을 사용해 훨씬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습니다.
EUV 노광의 작동 원리
EUV 광원은 주석(Tin) 방울에 고출력 레이저를 두 차례 쏘아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극자외선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생성됩니다. 이 빛은 일반적인 렌즈를 그대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층 박막으로 코팅된 특수 반사경을 여러 겹 사용해 빛을 반사시키며 웨이퍼까지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빛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손실되기 때문에, EUV 장비는 막대한 광원 출력과 정밀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초고난도 기술입니다.
ASML 독점 체제
현재 EUV 노광 장비를 상용화해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장비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고, 렌즈와 광학계는 독일 자이스(Zeiss)와의 독점 협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극도로 높습니다. 이 때문에 EUV 장비 확보 대수 자체가 파운드리 기업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3나노 이하에서 마주하는 물리적 한계
EUV로도 회로 선폭을 무한정 줄일 수는 없습니다. 빛의 회절 현상, 반사경의 미세 진동, 광원 출력의 물리적 상한 등으로 인해 2나노, 1.4나노급으로 갈수록 하나의 패턴을 여러 번 나눠 노광하는 멀티패터닝 방식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공정 시간과 비용을 크게 늘립니다.
차세대 대안: 하이-NA EUV
이 한계를 넘기 위해 개발 중인 기술이 하이-NA(High-NA) EUV입니다. 렌즈의 개구수(Numerical Aperture)를 기존 0.33에서 0.55로 높여 한 번의 노광으로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게 한 것으로, 멀티패터닝 횟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장비 가격이 더욱 높아지고 반사경 결함에 더 민감해지는 등 새로운 과제도 함께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EUV는 현재 반도체 미세공정의 최전선이자, 소수 기업만이 다룰 수 있는 병목 기술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새겨진 패턴을 바탕으로 실제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GAA(Gate-All-Around)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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